House of Books
헤이리 예술마을 주거 지역에 위치한 이 주택은, 계곡을 따라 형성된 여섯 개의 산세 중 하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수직적으로 솟아오른 숲의 풍경을 바라본다. 산의 형세가 지닌 음과 양의 관계를 전환하듯, 주택의 대지는 반대편에서 산을 향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조경 경사면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산세의 흐름과 자연의 연속성을 대지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선큰 공간에는 생태적 연못이 자리한다.
건축은 이처럼 서로 다른 두 풍경 사이에서 양측의 녹지 공간을 매개하는 하나의 떠 있는 필터로 작동한다. 주택의 진입은 양쪽의 녹지 공간을 바라보며 놓인 브리지형 램프를 따라 이루어지며, 이동의 과정 속에서 하나는 깊게 파인 인공 지형으로, 다른 하나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자연 지형으로 대비되는 두 풍경이 동시에 펼쳐진다.
이 주택은 1만 권이 넘는 책을 수용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책을 하나의 방에 모으는 대신 주택 전반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일상과 독서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책장 시스템은 가구를 넘어 주택의 구조로 작동하며, 이 집의 공간적·구조적 틀을 형성한다. 연속된 책장 시스템은 공간의 인식과 동선을 함께 조직한다.